여러분은 그런 경험 없으신가요? 자동화를 했는데 매달 확인해야 하는 목록은 줄지 않고, 내 일은 그대로인 것 같은 경험 말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보통 분류 규칙을 의심합니다. 규칙을 더 다듬으면 줄어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다듬어도 줄지 않는 구간이 있었습니다. 규칙은 입력된 데이터를 분류할 뿐이라, 데이터가 비어 있는 건은 분류하지 못합니다.
데이터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규칙이 있어도 소용없다는 걸, 이번 주에 숫자로 확인했습니다.
지난달 법인카드 6월 내역 49건을 프롬프트 빌더로 분류한 결과입니다.
| 영역 | 건수 | 기준 | 해결 방안 |
|---|---|---|---|
| 자동 분류 | 32건 | 업종과 적요를 규칙이 인식 | 규칙을 추가할수록 넓어짐 |
| 확인 필요(데이터 공백) | 16건 | 적요가 없어 분류할 데이터가 없음 | 시스템으로 제어(적요 필수 팝업, 미입력 시 승인 불가) |
| 확인 필요(판단 필요) | 1건 | 고가 자산 여부처럼 회사에 정해진 기준이 없음 | 협의로 기준을 정하고 사람이 판단 |
이번 편은 규칙 밖에서 그 16건을 줄이는, 법인카드 자동 분류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확인 필요 17건의 사유를 세어보다
규칙을 검토하려고 확인 필요 목록을 열었다가 사유를 먼저 살펴봤습니다.
16건의 사유가 전부 같았습니다. 적요 없음. 나머지 한 건은 쿠팡 모니터 거치대 132,000원으로, 고가 자산인지 확인이 필요한 건이었습니다.
여기서 멈칫했습니다. 규칙을 더해도 이 16건은 해결되지 않고, 다음 달에도 똑같이 검토 대상으로 남습니다. 분류할 데이터 자체가 없으니까요.
다만 사유를 살펴보고 나니 목록이 두 갈래로 나뉘었습니다. 16건은 적요만 있으면 자동으로 분류될, 시스템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나머지 한 건은 회사에 기준이 없어 협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요청사항 열은 처음부터 있었다
확인 필요 목록 맨 끝에는 요청사항이라는 열이 있었습니다. 적요 없음 16건에는 모두 적요 보완 또는 영수증 첨부 요청이 달려 있었습니다. 사내 규정에도 미분류 건은 담당자에게 적요 보완을 요청하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저는 요청 대신 16건을 직접 열어 확인했습니다. 그게 더 빠르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돌아보면 결산 검토, 세무 신고 준비 등 업무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하는 게 바로 이런 확인입니다. 판단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때 남지 않은 데이터를 뒤늦게 찾아 채워야 해서입니다.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적요가 만들어지는 시점이 월말이 아니라 결제하는 순간일 뿐입니다. 그 순간에 한 단어만 남아도 월말의 확인 하나가 사라집니다.
16건은 시스템으로, 1건은 협의로
16건부터 시작했습니다. 이쪽에서 오늘 할 수 있는 일은 요청 두 가지, 카드 쓰는 동료들에게 보내는 적요 요청과 시스템 담당자에게 넣는 설정 요청입니다.
동료들에게는 긴 규정 문서 대신 자주 쓰는 용도 단어 여섯 개를 보냈습니다. 팀 점심, 팀 회식, 거래처, 출장, 야근 간식, 사무용품. 결제할 때 이 중 한 단어만 적요에 남겨달라는 부탁입니다. 모두 분류 규칙에 이미 들어 있는 키워드라, 이 단어만 있으면 그 결제는 확인 필요로 빠지지 않고 바로 분류됩니다. 요청에는 지난달 17건 중 16건이 적요가 비어서 남았다는 숫자를 붙였습니다. 숫자가 있으면 잔소리가 아니라 근거가 되니까요.
시스템 담당자에게는 두 가지를 물었습니다. 경비 시스템에 용도 선택 팝업을 넣을 수 있는지, 그리고 적요를 입력하지 않으면 승인이 안 되게 막을 수 있는지입니다. 이게 되면 사람의 기억에 기대지 않아도 되고, 팝업 선택지를 분류 규칙의 키워드와 같은 단어로 맞추면 팝업 하나가 규칙 하나를 대신합니다.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테니, 그동안은 동료들에게 보낸 한 줄이 그 공백을 메웁니다.
협의가 필요한 한 건은 결이 다릅니다. 쿠팡 모니터 거치대가 남은 건 적요가 없어서가 아니라 회사에 자산화 금액 기준이 없어서입니다. 요청으로 될 일이 아니라서, 기준을 정하자는 안건으로 올렸습니다.
이렇게 보낸 요청들이 자리를 잡으면 목록은 짧아지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데이터 공백이 사라지면 남는 건 정말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것뿐이라, 확인 필요 목록이 밀린 일 목록에서 판단 목록으로 바뀝니다.
세 자리로 정리하면
반복은 규칙이 처리합니다. 데이터는 결제한 사람이 그 순간에 남깁니다. 회사에 기준이 없는 일의 판단은 사람이 내리고 기록합니다. 자동화는 규칙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 셋을 각자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었습니다.
법인카드 이야기는 이번 편이 마지막입니다. 반복을 문장으로 적었고, 도구에 넣어 돌렸고, 판단을 남겼고,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자리를 손봤습니다. 어떤 반복이든 순서는 같고, 출발은 준비된 데이터입니다.
지금 여러분의 확인 목록은 어떤가요? 규칙의 문제와 데이터의 문제가 몇 건씩인지, 한번 나눠볼 만합니다.
오늘 할 수 있는 한 줄
확인 필요 목록을 열고 두 갈래로 발라내 보세요. 적요만 있었으면 자동으로 넘어갔을 건은 시스템으로 제어할 수 있는 부분, 기준이 없어 남은 건은 협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시스템으로 해결할 건은 용도 한 단어 요청과 적요 필수 승인 설정으로 풀고, 협의가 필요한 건은 기준을 정하는 안건으로 올려보세요.
규칙은 입력된 데이터를 분류할 뿐, 없는 데이터를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데이터를 만드는 건 결제하는 순간의 한 단어고, 그 한 단어를 부탁하는 건 도구가 아니라 사람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