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그런 기억 없으신가요? 전임자가 만든 자동화 파일을 인수인계 받았다가 몇 달 못 가 결국 다시 엑셀로 돌아간 경험 말입니다.
이유는 같습니다. 조건으로 바뀐 자동화 영역과 아직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영역, 그 경계가 어디였는지 물려받은 사람은 알 길이 없었던 겁니다.
조건은 그걸 쓴 사람이 확인한 범위까지만 정확합니다. 확인 안 된 부분은 빠진 채로 자동화 영역에 들어가고, 규칙은 자신 있게 돌아가면서도 그 사실을 스스로 말해주지 않습니다. 그동안 반복과 흐름과 문장을 계속 적어보라고 한 것도 같은 이유였습니다.
이번 주에는 제가 만든 규칙이 어디까지 담았는지 다시 확인해봤습니다.
지난주 법인카드 내역 계정 분류를 프롬프트 빌더에 채워 넣고 실제 6월 카드 내역 49건에 돌려봤습니다. 32건은 자동으로 분류됐고 17건은 확인 필요로 남았습니다. 이번 주는 그 17건을 실제로 열어보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확인 필요 17건을 하나씩 열어보다
16건은 적요가 비어 있어서 확인 필요로 남았던 건들이었습니다. 심야 시간대 편의점 결제 몇 건과 큰 금액이 찍힌 대형마트 결제, 음식점 결제가 섞여 있었습니다. 하나씩 원 증빙을 열어 실제 용도를 확인하고 계정을 확정했습니다.
나머지 한 건은 쿠팡에서 산 모니터 거치대, 132,000원이었습니다. 프롬프트 빌더가 고가 자산일 수 있으니 확인이 필요하다고 짚어준 건이었습니다. 사내 규정을 다시 열어봤더니 소모품비 항목에는 고가 자산은 자산 계정 별도 확인이라고만 적혀 있고, 구체적인 금액 기준은 없어 이번엔 소모품비로 처리했습니다.
저장된 프로젝트를 열어보다
처리를 끝내고 나니 다음 달 카드 내역이 오면 이 폼을 또 새로 채워야 하나 싶었습니다. 그러다 프롬프트 빌더 왼쪽에 저장해 놓은 프로젝트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다시 봤습니다.
지난주 저장해둔 프로젝트를 불러오니 반복 작업 내용, 판단 기준, 예외 처리가 그대로 돌아와 새 카드 내역만 다시 첨부하면 되는 구조였습니다.
규칙에 빠진 조건을 보다
자동화로 분류되어 확인 필요 목록에 남아 있던 건들을 보다가 걸리는 게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마트 성수점에서 231,400원 결제 내역은 적요가 없는 건이었습니다. 제가 추가한 규칙은 생활용품 업종이면 소모품비라는 한 줄이었는데, 이마트는 업종이 대형마트라 확인 필요 목록에 들어간 것입니다. 만약 업종명 대신 마트나 생활용품 매장으로 넓게 적었다면, 23만원이 넘는 이 건은 그대로 소모품비로 넘어갔을 겁니다.
이번에 추가한 규칙에는 금액 조건이 제외되어 있었습니다. 다이소 두 건(23,700원, 17,800원)이 3만원 이하라 문제없이 넘어간 이유는 규칙이 정확해서가 아니라 이번 달에는 소액이었기 때문입니다. 사내 규정에는 생활용품이라도 10만원이 넘고 적요가 없으면 예외 처리하라고 되어있었거든요.
저장된 프로젝트를 다시 열어봐도 이 사실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저장되는 것은 반복 작업 내용과 판단 기준, 그리고 예외 처리라는 조건뿐, 그 조건을 어떻게 채웠고 어떤 허점이 있는지 남지 않았습니다.
판단을 세 줄로 남겨보다
그래서 이번엔 확인 필요 건을 처리할 때마다 세 줄을 같이 적어보기로 했습니다. 케이스, 이번 판단, 다음에도 같을 조건입니다.
다이소 건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 케이스: 생활용품 매장 결제를 소모품비로 자동 분류하는 규칙입니다.
- 이번 판단: 3만원 이하 두 건을 모두 소모품비로 확정한 것입니다.
- 다음에도 같을 조건: 사내 규정상 10만원 넘고 적요 없으면 예외 처리 대상이라 규칙에 금액 조건을 추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마트 성수점 231,400원 건이 이번에는 업종이 달라 예외로 분류되었다는 것도 같이 적어뒀습니다.
쿠팡 모니터 거치대 건은 이렇게 적었습니다.
- 케이스: 132,000원 모니터 거치대입니다.
- 이번 판단: 사내 규정에 고가 자산 금액 기준이 없어 소모품비로 처리한 것입니다.
- 다음에도 같을 조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 있어 자산화 금액 기준 자체를 팀에 확정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한 줄
확인 필요 목록을 처리했다면, 케이스와 판단과 다음에도 같을 조건 세 줄을 그 옆에 남겨보세요.
저장된 프로젝트는 채워둔 내용을 그대로 돌려주지만, 이 세 줄은 판단을 말해줍니다.
세 줄을 남기는 이유는 다음 달에 또 처음부터 판단하지 않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이번에 다이소 규칙에 금액 조건이 빠졌다는 것도, 쿠팡 모니터 거치대에 자산 기준이 없다는 것도, 확인 필요 건을 직접 열어봤기 때문에 알게 된 것들이었습니다.
다음 달 같은 케이스가 나왔을 때, 처음부터 판단하는 대신 이 세 줄을 먼저 열어보고, 아낀 시간은 규정에 없는 자리를 채워 넣는 데 씁니다. 반복을 대신 처리해주는 건 도구지만, 그 반복 안에서 규정에 없는 자리를 찾아내는 건 여전히 사람의 일입니다.
규칙은 자기가 못 담은 예외를 스스로 말해주지 않지만, 다음번엔 이 세 줄이 대신 말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