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편에서 계약부터 결산 보고까지 흐름을 한 줄로 펼치고, 반복들이 생기는 지점을 분석해봤습니다

이제 그 칸에서 반복 하나를 골라, 정말로 도구에 넘겨볼 차례입니다

그런데 막상 넘기려고 하면 이상한 데서 막힙니다

AI에게 엑셀이든 Python이든 시키려고 보면 뭐라고 시켜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매달 손으로는 하던 일인데, 문장으로 설명하려니 막히는 겁니다

도구가 못 알아듣는 게 아니라, 내가 아직 말로 못 하는 것

여기서 도구 탓을 하기 쉽습니다

함수를 더 배워야 하나, 더 좋은 AI를 써야 하나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 도구 쪽이 아닙니다

그 반복이 내 손에는 있는데, 문장으로는 없기 때문입니다

도구는 종류가 무엇이든 기획을 하려면 문장이 필요합니다

무엇을 받아서, 어떤 규칙으로, 무엇을 내놓는지가 문장이 되어 있으면 함수로도 되고 매크로도 되고 프롬프트로도 변환이 가능합니다

문장이 없으면 어떤 도구를 갖다 놔도 시킬 방법이 없습니다

그리고 문장이 안 써지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앞서 반복과 판단을 한 줄로 나눠봤을 때 봤듯이, 하나의 일 안에는 매번 똑같이 하는 부분과 그때그때 따져보는 부분이 섞여 있습니다

섞인 채로는 문장이 써지지 않습니다

쓰다가 막히는 바로 그 자리가, 판단이 섞여 있는 자리입니다

반복을 한 줄로 적는 법

형식은 간단합니다

무엇을 받아서, 어떤 규칙으로, 무엇을 내놓는가

입력, 처리, 출력 한 줄입니다

예를 들어 증빙 정리가 붐비는 칸이라면 이렇게 적어봅니다

카드사 이용내역을 받아서, 거래처명 기준으로 계정 후보를 붙이고, 후보가 안 잡힌 미분류 목록만 남긴다

적다 보면 어딘가에서 손이 멈춥니다

이 거래처는 내용에 따라 계정이 달라지는데, 이건 상황 봐서 정하는데

그 멈춘 자리가 판단입니다

판단은 문장 안에 억지로 넣지 말고 꺼내서 예외로 한 줄 더 적습니다

계정이 둘 이상 걸리는 거래처는 내가 직접 본다, 이런 식으로요

그러면 반복 한 줄과 예외 한 줄, 두 줄이 남습니다

이게 도구에 넘길 수 있는 상태입니다

문장이 생기면 달라지는 것

먼저, 도구를 고를 수 있게 됩니다

문장을 놓고 보면 이건 엑셀 함수를 쓰면 해결할 수 있는지, 반복 매크로 대상인지, AI에게 넘길 것인지가 보입니다

도구를 먼저 정하고 일을 끼워 맞추는 게 아니라, 문장이 도구를 고릅니다

그리고, 업무를 도구에게 넘기고 나서도 불안하지 않습니다

판단을 예외 줄로 빼놨기 때문에, 도구가 처리한 결과에서 무엇만 다시 보면 되는지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전부 훑어보는 검토가 아니라 예외 줄만 보는 검토가 됩니다

오늘 할 수 있는 한 줄

지난 편에서 만든 지도에서 가장 붐비는 칸의 반복 하나를 고릅니다

그리고 무엇을 받아서, 어떤 규칙으로, 무엇을 내놓는지 한 줄로 적어봅니다

쓰다 막히면 그곳이 판단할 대상입니다

판단은 예외 줄로 한 줄 빼두면 됩니다

자동화는 도구를 배우는 데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반복 하나를 문장으로 바꾸는 데서 시작합니다

문장이 생기면 도구는 고르는 문제가 되고, 판단은 사람 몫으로 또렷하게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