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이 지나면 또 시작됩니다
전표 검토, 결산 마감 자료, 결산 보고자료
분명 지난달에도 했던 일인데, 이번 달도 처음부터 다시 하는 느낌이 듭니다
회계 업무를 몇 년 하다 보면 한 가지가 분명해집니다
새로운 이슈를 검토하는 시간보다, 지난달과 달라진 점을 확인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끝났다고 생각한 일이 다시 돌아오고, 내가 만들지 않은 숫자도 결국 내 검토 범위 안으로 들어옵니다
그래서 마감이 끝나도, 일이 완전히 끝났다는 느낌이 잘 남지 않습니다
12번만 결산하면 1년이 간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일이 줄지 않는 건 당신 탓이 아닙니다
이게 우리가 느려서도, 일을 못해서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사람이 성실할수록 업무가 더 잘 돌아갑니다
누락을 더 빨리 찾고, 익숙한 오류를 더 빨리 알아채고, 마감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사람이 일정을 맞춥니다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마감도 끝나고, 보고도 올라가고, 숫자도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방식이 정리돼서가 아니라, 사람이 반복을 더 잘 처리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회계 업무가 줄지 않는 4가지 이유
바쁜 이유가 단순히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앞 단계에서 정리되지 않은 기준이 다음 단계의 재확인으로 계속 이어지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흔한 장면은 이렇습니다
담당자가 바뀐 뒤 이런 말이 나옵니다 — 이전 담당자는 이렇게 했는데요
문제는 누가 맞느냐가 아닙니다
왜 그 차이가 생겼는지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 1
같은 숫자를 여러 단계에서 확인합니다
전표 → 리드파일 → 계정명세서 → 내부와 외부 보고 양식으로, 숫자는 하나인데 형식만 바꿔 여러 번 다룹니다
- 2
형식이 바뀔 때마다 다시 정리합니다
각 단계의 목적이 달라서, 앞에서 맞춰둔 것을 다음 단계에서 또 손봅니다
- 3
예외가 사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거래처 정산 방식이 바뀌었는데 적혀 있지 않으면, 그 예외는 담당자 머릿속에만 있습니다
- 4
흐름을 사람이 이어 붙입니다
현업 → 정산 → 회계 → 세무로 이어지도록, 사람이 계속 맞추고 있습니다
시간이 없다는 반론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기준 정리는 새로운 일을 더하는 게 아니라, 지금 매달 반복하는 그 확인을 한 번 밖으로 꺼내 적어두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이미 하고 있는 판단을, 머릿속이 아니라 한 줄로 옮기는 것입니다
오늘 할 수 있는 한 줄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달 반복했던 업무 하나만 고르고, 그걸 확인할 때 무엇을 봤는지 한 줄로 적어두는 것
거기서부터입니다
이렇게 쌓인 한 줄들이, 결국 반복은 기계에 넘기고 판단은 내가 지키는 출발점이 됩니다
회계 실무자로 남는다는 건, 모든 걸 다 하는 게 아니라 판단이 필요한 자리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첫 기준을 어떻게 적기 시작하는지는, 6단계 진단표로 입문편에 정리해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