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편에서 한 업무를 반복과 판단으로 나눠봤습니다
매출정산에서 숫자를 옮기는 건 반복, 거래처별 예외를 확인하는 건 판단, 이렇게요
그런데 나눠놓고 나면, 다음이 잘 안 나옵니다
무엇이 반복이고 무엇이 판단인지는 또렷해졌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가 비어 있습니다
나누기는 업무를 들여다보고 구분한 데까지입니다
어떤 게 반복이라고 이름을 붙였을 뿐, 그 반복을 실제로 어디로 옮기거나 넘긴 건 아직 아니니까요
구분은 했지만 실행은 아직 안 한 셈입니다
그래서 한 달이 지나도 월말은 그대로입니다
개별 업무는 분명 더 또렷해졌는데, 나눈 반복은 여전히 결산 자리에 그대로 쌓여 있습니다
나눈 건 헛일이 아니라 절반입니다
그러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결국 달라진 게 없으니, 나누느라 쓴 시간이 헛수고였나?
그런데 나누기는 헛수고가 아니라 옮기기의 절반입니다
어디에 반복이 있는지 모르면 옮길 수도 없으니까요
반복이라고 이름을 붙여놨기 때문에, 이제 그 반복을 어디로 옮길지 다음 단계로 갈 수 있게 된 겁니다
다음 단계는 나눈 반복을 원래의 자리로 옮기는 일입니다
지금은 그 반복이 여전히 한꺼번에 몰아서 처리하던 자리인 결산 주간에 그대로 놓여 있을 뿐이죠
반복 하나에도 자리가 둘 있습니다
그 반복이 처음 생기는 자리가 있고, 지금 처리되고 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나누기로 무엇이 반복인지는 찾아냈지만 이 두 자리가 아직 벌어져 있어서, 반복은 처리되던 자리인 결산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나눴는데도 왜 결산에 몰릴까
그렇다면 나눈 반복은 왜 자꾸 결산으로 밀려갈까요?
정리하면, 나눈 반복이 자꾸 결산으로 밀려가는 데는 네 가지가 깔려 있습니다
- 1
반복이 생기는 자리와 처리하는 자리가 다릅니다
증빙은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생기는데, 증빙 정리는 결산 때 한꺼번에 합니다
생기는 자리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처리는 자동으로 맨 뒤로 밀립니다
- 2
앞 단계에서 안 끝난 걸 뒤 단계가 다시 엽니다
거래처 정보가 계약 때 정리되지 않으면, 전표를 끊을 때 다시 찾습니다
한 번 미룬 반복은 다음 단계에서 재확인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납니다
- 3
반복을 모아두면 편하다고 느낍니다
비슷한 걸 한꺼번에 처리하는 게 효율적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모아둔 만큼 결산 자리의 부하가 커지고, 틀리면 한꺼번에 틀립니다
- 4
흐름 전체를 한 번 펼쳐본 적이 없습니다
각자 자기 단계만 봅니다, 계약은 계약대로, 정산은 정산대로
전체 흐름을 한 번 펼쳐본 적이 없으면, 반복을 어디로 당길지가 안 보입니다
네 가지 모두 나누기의 문제가 아니라, 나눈 반복을 흐름 위 어디에 둘지를 아직 안 정해서에 가깝습니다
반복을 앞으로 당기기
회계 일은 사실 한 줄의 흐름입니다
계약 → 정산 → 증빙 → 전표 → 결산 → 보고
결산에 몰리는 반복 대부분은, 사실 결산보다 훨씬 앞에서 처음 생깁니다
증빙 정리는 거래가 일어나는 순간 생기고, 거래처 매핑은 계약하는 순간 생깁니다
그걸 결산까지 들고 있다가 한꺼번에 처리하니 결산이 무거워지는 겁니다
그래서 프로세스 체계화는 거창한 게 아닙니다
나눈 반복 하나를, 그것이 처음 생기는 자리로 옮겨 놓는 것입니다
증빙 정리라는 반복을 결산이 아니라 거래가 생기는 자리에 붙이면, 결산 때 정리할 증빙이 애초에 없습니다
흐름 위에 놓는 한 가지 질문
방법은 지난번처럼 질문 하나면 됩니다
이 반복은 어디서 처음 생겨서, 지금 어디서 처리되고 있나?
두 자리가 같으면 그대로 두면 됩니다
두 자리가 다르면, 처리하는 자리를 생기는 자리 쪽으로 당길 수 있는지 봅니다
증빙 정리로 보면 이렇습니다
생기는 자리는 거래가 발생하는 매 순간이고, 처리하는 자리는 결산 주간입니다
두 자리가 멉니다, 거래가 생길 때 증빙을 바로 붙이는 자리로 당기면, 결산의 그 반복은 사라집니다
거래처 계정 매핑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생기는 자리는 신규 거래처와 계약하는 시점이고, 처리하는 자리는 전표를 끊을 때마다 매번입니다
계약 시점에 한 번 매핑해두면, 전표마다 반복하던 확인이 사라집니다
두 업무 모두, 반복을 없앤 게 아니라 반복이 생기는 자리로 옮겼을 뿐입니다
그런데 옮기기만 해도 결산 주간의 몰림이 눈에 띄게 가벼워집니다
오늘 할 수 있는 한 줄
이번 달 결산 때 가장 나를 붙잡았던 반복 하나를 떠올려봅니다
그 반복이 처음 생긴 자리가 어디였는지 적습니다
결산이 아니라, 그보다 앞 어딘가일 겁니다
생기는 자리와 처리하는 자리가 다르면, 처리를 앞으로 당길 수 있는지 한 줄로 적어봅니다
결산이 매달 무거운 건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앞에서 생긴 반복이 결산까지 미뤄져 한자리에 고이기 때문입니다
반복을 나누는 것까지가 무엇이 반복인지 찾아낸 일이었다면, 그 다음은 벌어져 있던 두 자리, 그러니까 처리되는 자리와 생기는 자리를 다시 붙이는 일입니다
나눈 다음에 할 일은, 반복을 결산이 아니라 그것이 처음 생기는 자리에서 처리되게 옮겨 놓는 것입니다